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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지 못하는 권리-이주민 참정권의 현주소 토론회] "참정권은 완전한 사회구성원 척도…다양한 소통 확대해야"
- 작성자
- 관리자
- 조회수
- 915
- 등록일
- 2022-10-25
박경태 교수 "한국 사회 "우리 구성원"으로 미인정…구조적 원인"
이은주 도의원 "소통 막혀 매스컴 정보·소식 접하기 어려운 것"
니하트 센터장 "외국인 커뮤니티와 정보 공유해 투표유도해야"
서성란 도의원 "투표 절차 복잡… 더군다나 기호까지도 복잡해"
강동관 원장 "잠자는 권리 찾아주지 않아…투표권리 행사해야"
이경숙 회장 "참정권 행사 안 하면 이주민정책도 나올 수 없어"
"반려동물 정책은 있는데 이주민 정책은 보이지 않아요.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은 투표를 통해 목소리를 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죠."
중국 출신 귀화자 이경숙 한국이주여성유권자연맹 회장은 20일 오후 라마다 프라자 수원 호텔에서 열린 ‘누리지 못하는 권리-이주 외국인 참정권의 현주소’ 중부일보 기획 보도 관련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권리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0일 오후 라마다 프라자 수원 호텔에서 열린 ‘누리지 못하는 권리-이주 외국인 참정권의 현주소’ 기획 보도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노민규 기자
중부일보의 이번 보도는 이주 외국인의 참정권 현주소를 짚어보고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가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4회에 걸쳐 보도했고,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통한 인타렉티브 콘텐츠로 제작했다.
이번 토론회는 기사에서 짚은 문제점을 살펴보고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각계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고자 마련됐다. 방송인 피터 빈트 씨가 사회를 맡았고 박경태 성공회대 교수와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장, 서성란·이은주 경기도의원, 이경숙 한국이주여성유권자연맹 회장, 니하트 싱크 강남글로벌빌리지센터장이 패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토론자들은 이주 외국인 투표 참여가 저조한 원인으로 ‘소통’을 꼽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이주 외국인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참정권은 구성원 인정 여부 척도… 새로운 시민권 모색하는 출발점 돼야"
이주 외국인 숫자는 느는 데 반해 투표율이 하락하는 현상은 인권 문제와 연계해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박경태 성공회대 교수(사회융합자율학부)는 ‘변화하는 세상에서 완전한 시민 되기 : 이주민의 참정권과 투표율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에서 이주민 참정권 논의를 시민권과 연계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주 외국인 투표율이 낮아지는 근본적 원인으로 한국 사회가 이주민들을 ‘우리의 일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을 동등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고 거주국 사회가 부정할수록 이주민의 정체성도 출신국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외국인 주민 참정권 논의가 새로운 구성원들에 약간의 ‘권리 던져주기’로 불만을 잠재우고 국제사회에서 생색을 내는 데 그치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참정권은 그저 몇 년에 한 번 투표할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완전한 구성원으로서 받아들여지는가를 가리는 핵심 척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틀이 변해가고 구성원들이 다양해지는 시대에 맞춰 시민권이 온전한 인권 보장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논의하고 한국 사회의 새로운 시민권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활발한 관심과 소통 없이는 투표율 증가 없어… 끊임없이 두드려야"
토론 참석자들은 이주 외국인 투표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소통 부족에 있다고 꼽았다.
이은주 경기도의원은 "투표라는 것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위인데 말이 안 통하고 소통이 안 되니까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소통이 막히다 보니 여러 매스컴에서 나오는 정보나 소식들을 접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니하트 싱크 강남글로벌빌리지센터장은 "일단 자기가 투표할 수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영주권 또는 한국 국적을 얻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투표를 해야 할 명분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며 "출마하는 분들이 외국인, 이주민 관련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가 투표할 수 있도록 소속감을 줘야 하는데 거부감만 들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서성란 경기도의원은 "투표 절차가 복잡하고 어려운 점 역시 낮은 투표율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며 "뽑는 사람도 많은 데다 기호까지 복잡해 일반 국민들도 투표를 어렵게 느낄 정도이니 외국인은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오후 라마다 프라자 수원 호텔에서 열린 ‘누리지 못하는 권리-이주 외국인 참정권의 현주소’ 기획 보도 토론회에서 이경숙 한국이주여성유권자연맹 회장(왼쪽)이 참석자 대표로 이은주(가운데)·서성란 경기도의원에게 정책건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노민규 기자
이주 외국인의 무관심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정치·사회 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권리를 찾으려 한다면 절대 권리를 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장은 "정치인은 표로 관심을 받으려 하다 보니 선거에서도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세력에만 관심을 준다"며 "잠자는 권리는 누가 찾아주지 않는다.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찾지 않으면 이주 외국인을 향한 관심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경숙 회장은 "정치권에서 이주 외국인을 무시하다 보니 동포 사회에서도 ‘투표해도 변하는 게 없다’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며 "그럴 때마다 한국에 와서 돈도 벌고 세금까지 내는 유권자로서 투표라는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이주민에 대한 정책은 나올 수 없으니 꼭 투표하라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박경태 성공회대 교수 역시 "시간이 지나면 투표율이 높아지겠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며 "미국 한인사회가 꾸준한 노력을 통해 연방 하원의원을 배출했던 것처럼 투표권 행사를 통해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행정부나 정치권, 시민사회와 이주민 간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이주민의 투표율 향상과 권리 증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니하트 센터장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소통이다.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외국인 커뮤니티와 정보를 공유해 이주민들의 행동을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투표 참여도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이경숙 회장도 "우리 인권은 스스로 찾아야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 지원을 통해 쌍방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며 "한순간에 달라지지 않겠지만 앞으로 이런 자리가 많이 마련돼 이주민 권리 증진의 싹이 트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의원은 "소수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작은 두드림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문을 두드려서 부족한 점을 알린다면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혜택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이주민 사회도 함께 노력 해달라"고 화답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후에는 기획보도와 토론 내용을 정리한 정책건의문을 이은주·서성란 경기도의원에게 전달했다.
인권증진보도팀(이세용·이한빛·김도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