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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권자 12만명이라지만… 투표율은 고작 10%대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911
등록일
2022-05-30
2006년 아시아 최초 외국인 지방참정권 도입했지만
지방선거 외국인 투표율, 2010년 35%→2018년 13%
홍보부족·선거실망감…“우리를 위한 공약 전혀 없어”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외국인 지방참정권을 도입한 후 외국인 유권자는 꾸준히 늘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12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투표율은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외국인 지방선거 투표율은 2010년(제5회) 35.2%, 2014년(제6회) 16.7%, 2018년(제7회) 13.5%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체 투표율이 54.5%, 56.8%, 60.2%로 줄곧 상승곡선을 그린 것과 정반대다.


◆“선거할 수 있는지도 몰랐는데 어떻게 투표해요”
2013년 한국에 들어와 5년 전 영주권을 취득한 미국인 A(38)씨는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집으로 배송된 안내문을 보고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투표 절차나 후보자 소개, 투표소 위치, 시간 등 기본적인 정보마저 외국어로 안내된 게 없었다”며 “적어도 선거 홈페이지라도 외국어로 안내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유권자로서 막막했다”고 토로했다. 당시 A씨와 같은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선관위는 선거일을 일주일 앞두고 뒤늦게 영어와 중국어, 베트남어로 투표 방식 등을 홈페이지에 안내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표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현상의 원인으로 홍보 부족과 선거에 대한 실망감 등을 꼽았다.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장을 지낸 김도균 제주한라대 특임교수는 “외국인 참정권이부여된 2006년만 하더라도 이를 알리려는 선관위의 홍보도 적극적이었고, 당사자인 외국인의 기대감도 컸다”며 “하지만 선거가 거듭돼도 외국인을 위한 정책이나 공약이 좀처럼 보이지 않자 투표 참여 의지가 크게 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5.31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선거권이 주어지는 외국인 유권자가 지난 2006년 4월 15일 서울 중구 한성화교소학교에서 열린 투표시연회에서 선관위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직접 모의투표를 해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또 “홍보 부족 탓에 최근에 투표권을 부여받은 외국인이 이러한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기존 유권자는 이탈하고, 신규 유권자는 유입되지 않으니 투표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와 선관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 관련 부처들이 협력해 외국인 유권자에게 후보자 정보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메일, 문자 등을 외국어로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사는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 7개국 출신 이주민 433명에게 지방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56.3%(복수응답)가 ‘한국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해 잘 몰라서’라고 답했다. 이어 ‘투표를 해도 선거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줄 수 없을 것 같아서’(37.5%), ‘한국 정치나 선거에 관심이 없어서’(31.3%), ‘시간이 없어서’(25.0%) 등의 답변이 나왔다.

◆이주민 공약·정책 없는데 뭘 보고 투표하나

외국인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외국인 유권자를 위한 공약 개발 등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에 공개된 ‘제7회 지방선거 정당 정책·공약’에 올라온 15개 정당의 10대 공약 150개를 전수 조사해 분석한 결과 ‘다문화’나 ‘이주민’이 언급된 것은 단 2건에 불과했다. 한 동남아 출신 이주민은 “주변에 투표권을 가진 영주권자도 선거에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주민과 관련한 정책이나 공약을 찾기 힘든 탓에 우리에게 돌아오는 게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경숙 이주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은 “투표로 내 일상이 바뀌었다는 경험을 한다면 선거에 대한 이주민들의 무관심도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령 100가지 공약 가운데 최소 한두 개만이라도 이주민을 위한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며 “갈수록 이주민 비율은 늘어나고 이들의 주거 환경과 체류 불안정, 인권 침해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를 이틀 앞둔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가락1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사전투표소 기표소에 기표용구를 설치하고 있다.
이주민 스스로 참정권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숙자 재한동포총연합회 이사장은 “중국 동포들의 경우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 특성상 선거 제도가 익숙하지 않고, 참정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장은 “외국인을 위한 공약이나 정책이 부족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투표를 외면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이주민을 주목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은 결국 투표권 행사뿐”이라며 “미주 한인들이 주류 사회에 진입하고자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면서 그 존재감을 알린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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